인도가 내년에 중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인구 대국에 오를 것이란 유엔 보고서가 최근 발표되자 인도 현지에서 나온 이야기다. ‘코끼리의 나라’ 인도가 ‘용’으로 상징되는 중국을 뛰어넘는 풍부한 노동력을 앞세워 경제 성장을 이룰 것이란 기대가 담겼다.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인도가 인구를 앞세워 2027년까지 세계 3위 경제대국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인도의 인구 증가를 이끄는 건 높은 출산율이다. 올해 인도의 합계출산율(한 여성이 가임 기간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2.01명으로 세계 평균(2.31명)보다 소폭 낮지만 중국(1.18명)에 비해선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디언에 따르면 올해 인도의 하루 출생아 수는 중국(약 4만9400명)보다 1.7배 많은 8만6000명가량으로 집계됐다.
결혼을 ‘신성한 의무’로 여기는 인도의 오랜 풍습이 높은 출산율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인도인들은 ‘아이는 신의 축복’이라는 종교적 신념 아래 출산 조절을 위한 가족계획을 제대로 세우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고등교육 기회를 갖지 못한 대다수 인도 여성은 경제적 자립이 어려워 혼인 외에 별다른 선택지가 없는 것도 현실이다. 인도에서 농촌을 중심으로 조혼과 중매 결혼이 성행하는 이유다. 인도 정부가 시행한 전국가족건강조사(NFHS5)에 따르면 인도 내 18세 미만 여성의 조혼율은 2005년 47.4%에서 2021년 23.3%로 감소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모건스탠리는 또 현재 세계 5위 경제 대국인 인도가 일본(3위)과 독일(4위)을 누르고 3위 경제대국에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인도 GDP는 현재 3조5000억달러(약 4732조원)에서 2031년 7조5000억달러(약 1경140조원)로 두 배 이상 불어날 것이란 관측이다. 인도 매체 인디안익스프레스는 “노동력 감소와 고령화로 인한 중국의 위기는 인도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인도 역시 출산율 감소세를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인도의 합계출산율은 하락세를 이어가다가 2100년 1.69명을 찍을 것으로 관측된다. 절대적인 인구 증가와 별개로 인재 유출은 인도 정부의 숙제로 남아 있다. 질 좋은 청년층 일자리 부재, 지역 내 인구 격차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으면 오히려 ‘인구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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